구글 트렌드, 우리는 ‘영웅’을 찾고 있다
2019년 구글 트렌드, 가장 많이 검색한 키워드는?
구글 트렌드, 한국어 검색어 순위는 다음과 같다.
1) 타노스
2) 정준영
3) 설리
4) SKY 캐슬
5) 한글날
6) 황하나
7) 고유정
8) 조국
9) 호텔 델루나
10) 원펀맨 2기
응? 타노스?
전혀 예상 못했다. 1위가 타노스라니. 오히려 어벤저스: 엔드게임이라면 고개를 끄덕였을 듯싶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영화 제목 대신 타노스를 검색했을까? 구글의 발랄한 이벤트 때문이었다. 지금도 ‘타노스’를 검색하고, 우측의 컨틀렛을 클릭하면 검색결과 절반이 영화의 결말처럼 사라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이벤트 하나로 타노스의 검색량이 폭증한 것. 실제 ‘타노스’ 키워드의 검색 트렌드를 보면 영화 개봉일(4월 16일) 전후에 완전히 몰려 있다.

위 그래프는 타노스와 엔드게임을 비교한 그래프다. 타노스가 압도적으로 많다. 네이버 검색 트렌드는 조금 다르긴 하지만 역시 타노스 검색량이 더 많다. 위 그래프에서 7월 말~8월 초에 엔드게임 검색량이 조금 뛰는데, 그 시기에 이 영화가 IPTV나 온라인 다시 보기로 풀렸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한글날? 그리고 그 외
정준영, 설리, 스카이캐슬… 나름 이해되는 키워드들인데 한글날이 무려 5위? 아마도 한글날이 2013년부터 공휴일로 재지정되었는데, 아직도 공휴일이 맞는지 헷갈리는 사람이 많아서일 듯. 한글날이 휴일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한 검색, 혹은 직장인들이 정말 쉬는 날 맞나? 하며 들뜬 마음에 검색했을 듯싶다.
그런데 ‘조국’이 8위? 온 나라가 떠들썩하게 생난리였던 것에 비하면 다소 초라한(?) 성적이다. 네이버나 다음과 달리 구글이 정보 위주 검색을 주로 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원펀맨 2기’는 일본의 애니메이션인데 무려 10위에 올랐다. 애니 덕후들에게 꽤 인기 있었던 모양이다. 게다가 엄청난 인기와 더불어, 6월 초에 결방 사태까지 생기면서 검색량이 폭등했다고 한다.
구글 트렌드 2019 인물/뉴스 인기 검색어 TOP 10

카테고리별 인기 검색어도 제공한다. 그런데 인물 카테고리가 ‘인물 및 펭귄’이다. 응? 펭귄? 맞다. 요즘 그 핫하다는 펭수를 위한 구글의 특별 조치다. 구글 신께서 친히 카테고리명까지 바꿔가며 펭수를 넣은 것. 2018년 트렌드를 보면 카테고리 명이 분명 그냥 ‘인물’이다.

역시 펭수가 인기는 인기다.
구글 트렌드 2019 영화/TV/게임 인기 검색어 TOP 10
영화 검색어 1위가 ‘조커’다. 올해 박스오피스 순위를 보면 ‘조커’는 9위에 불과하다. 역시 화제성 때문에 사람들이 검색을 많이 한 탓이다. 검색 순위가 흥행과 상관관계가 있지만 완벽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마케터 분들은 꼭 알고 있어야 할 인사이트다.
드라마가 강세다. 역시 SKY캐슬의 화제성은 올해 내내 최고였다. 출연한 배우들이 대거 CF와 예능 프로에 진출하고, 여기저기서 각종 패러디가 유행했다. 왕좌의 게임이 해외 드라마로는 유일하게 들어갔다. 다소 맥 빠지는 결말이 아쉽긴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블록버스터 영화급 드라마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해외에서는 ‘기묘한 이야기’가 왕좌의 게임 다음 랭킹을 차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좋은 평이 많았는데 ‘아스달 연대기’에도 밀리다니 조금 의외다.
구글 트렌드 2019 전 세계 인기 검색어 TOP 10
프레임을 전 세계로 넓혀보면 어떨까? 정말 상상도 못 한 검색어들이 상위에 포진해 있다.
1) India vs South Africa
2) Cameron Boyce
3) Copa America
4) Bangladesh vs India
5) iPhone 11
6) Game of Thrones
7) Avengers: Endgame
8) Joker
9) Notre Dame
10) ICC Cricket World Cup
5~9위 정도는 이해가 된다.
그런데 1위가 ‘India vs South Africa’? 도대체 이게 뭘 위한 검색인지 짐작 조차 할 수 없다. 검색해 보니 인도와 남아공 간의 크리켓 경기 결과를 알아보기 위한 검색이다. 4위 검색어도 마찬가지. 방글라데시와 인도 간 크리켓 경기 결과다. 10위도 크리켓 경기 관련 검색어다. 알고 보니 위 세 가지 검색어 모두 올해 6~7월에 영국에서 열린 크리켓 월드컵 경기 결과를 알아보기 위한 검색이다.
2위는 ‘Copa America’ 이 검색어는 역시 올해 열린 코파 아메리카컵 경기 결과를 알아보기 위한 검색이다. 남아메리카도 무시할 수 없는 시장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하긴 브라질 인구가 2억이 넘고, 남아메리카 전체 인구는 4억 2천만이 넘는다.
이런 검색 트렌드를 보니 인터넷 세상은 이미 미국을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오히려 인도의 인터넷 파워가 이렇게 대단하다는 점을 새삼 느끼게 한다.
하긴 인도 출신 CEO들이 전 세계 IT 업체들을 지휘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인구도 13억 5천만에 육박한다. 영어까지 잘한다. 무수히 많은 인도계 인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한다. 앞으로 IT 업계에서 인도의 위상을 더 분명히 느끼게 될 듯하다.
올 한 해 검색어를 통해 2019년을 살펴봤다. 역시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고, 검색어는 다양하다. 특히 글로벌 검색 트렌드를 보고 느끼는 바가 크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이 다가 아니고, 내 눈에 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PS. 이렇게 수십년간의 막대한 검색 데이터를 보유한 구글 신, 이제 과거만이 아니라 미래예측도 어느 정도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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