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 긍정적 사고 방식이 우리를 배신한다.
역시 이렇게 고정관념을 가차 없이 깨는 책에는 통쾌함이 있다.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론다 번의 “시크릿”, 조엘 오스틴의 “긍정의 힘”을 감명 깊게 읽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긍정적인 사고가 무조건 좋다는 생각이 무참히 깨지고 말테니.
1. 긍정, 긍정적 사고에 대한 오해와 진실
저자는 긍정적 사고에 대한 오해와 폐해를 다양한 예를 들어 설명한다.
특히 암 같은 중병에 걸린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마음을 조절하면 면역체계를 강화할 수 있고, 결국 암을 이겨낼 수 있다는 식의 믿음은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사고방식을 환자들에게 강요하게 되면서, 오히려 환자들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거나, 실제로 병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 더 심한 충격에 휩싸일 수도 있다.
또한 2008년 당시의 금융위기도 기업들에 만연되어 있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 일조했다.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직원들이 불이익을 당하면서, 모두가 잘 되리라는 긍정적인 보고만 하고 그걸 받아 옮기는 언론에도 장밋빛 전망만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긍정적인 전망들이 거품을 떠받치면서 경고는 무시되었고, 결국 터져버린 미국발 금융위기는 엄청난 충격으로 전 세계를 강타한 것이다.
2. 긍정, 거대한 비즈니스, 공허한 말장난이 된 긍정적 사고
일부 인기 저자와 강연가 들은 자신의 긍정 사고 자체를 거대한 비즈니스로 바꿔 놓았다. 출판시장의 자기 계발 분야를 긍정 사고가 싹쓸이한 것은 물론이고, 강연 자체를 하나의 잘 포장된 상품으로 바꿨다.
기업 컨설팅 시장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카테고리가 되었다. 긍정 사고는 삶의 철학에서 벗어나 철저한 비즈니스가 되면서 결국 변질되기 시작한다.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론다 번의 “시크릿”도 마찬가지다. 특히 양자역학까지 끌어들이며 무한 가능성을 주장하는데 양자역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말장난으로 여길뿐이다.
‘끌어당김의 법칙’은 누군가에겐 실제로 희망을 주기도 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밀어냄의 법칙’일뿐이다. 그저 원하기만 하면 이뤄진다는 헛된 바람이 사람들을 오히려 절망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긍정의 힘’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조엘 오스틴 목사도 종교로 잘 포장된 장사꾼에 가깝다. 기독교 신앙과 미국 주류사회의 긍정 심리학을 교묘하게 배합하여 현대인의 입맛에 맞는 메시지들을 보기 좋게 내놓았을 뿐이다.
교회 건물과 데코레이션, 무대 장식 등 모든 것이 긍정 메시지를 위해 철저히 연출되며 하나님, 예수님 마저도 그의 긍정적인 희망을 이뤄줄 도구로 사용될 뿐이다. 진리를 추구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기독교가 아니라 긍정 사고를 찬양하는 이상한 종교로 변질된 것이다.
3. 자기 계발서를 아무리 읽어도 자기 계발이 안 되는 이유
아무리 좋다는 긍정 사고 자기 계발서를 읽어도 우리 삶에는 왜 아무런 변화가 없을까? 답은 간단하다. 읽기만 하고 행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메시지에만 파묻혀서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다. 모든 일에는 명확한 인과관계가 있는 법인데, 행동 없이 긍정 사고 위주의 자기 계발서만 주야장천 읽어봐야 제자리일 뿐이다. 책을 덮고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깨달은 대로 실행하는 것이 진짜 자기 계발인데 말이다.
4. 2차 세계대전에서 증명된 긍정의 배신
긍정적인 사고의 폐해는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쓴 빅터 프랭클도 일찌감치 지적한 바 있다.
그는 2차 대전 중 포로수용소에서 지내며 크리스마스부터 1월 1일까지의 짧은 기간 동안 사망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을 목격했다. 이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수감자들이 성탄절에는 집에 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간이 다가오는데도 희망적인 뉴스가 들리지 않자 용기를 잃었으며, 절망감이 그들을 덮쳤다. 이것이 그들의 저항력에 위험한 영향을 끼쳤고, 그중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기에 이른 것이다”라고 그는 회고한다.
희망의 갑작스러운 상실이 오히려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이렇게 마냥 긍정적이기만 한 사람은 불행한 상황이 지속되면 더 크게 상처 입고 회복 불가능한 상황에 빠지기 쉽다. 오히려 상황을 냉정히 받아들이고 수용할 줄 아는 사람이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할 확률이 높다. 실제로 2차 대전중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중에는 긍정적인 성향의 사람들보다는 냉철하게 상황을 받아들인 사람들이 많았다.
5. 그렇다면 긍정적이지 말아야 하는가
근본적으로 인류는 상황을 되도록 부정적으로 보게끔 진화해 왔다. 조금이라도 의심하고 조심하는 편이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덮어 놓고 긍정적이기만 한 사람은 더 위험에 노출되기 쉽고, 그만큼 후손을 남길 확률이 떨어졌다. 물론 현대에는 이런 위험이 많이 줄었지만, 인간의 본성에는 아직 부정적인 성향이 그대로 남아 있다. 부정적인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부정적이 돼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나치게 긍정적인 성향을 강요함으로써 약간은 우울해하거나, 냉담하거나, 의심스러워하거나, 부정적인 성향이 배척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허황된 긍정이 이유 없는 부정보다 때로는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6. 긍정, 합리적 긍정이 답이다
사실 긍정적인 사고 자체가 나쁠 건 없다. 다만 근거 없는 긍정이 위험할 뿐이다. 긍정적이려면 마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덮어놓고 긍정적인 태도를 갖는다 해서 긍정적인 결과가 있는 건 아니다. 현실을 차분히 바라보고 합리적으로 따져본 후에 마침내 긍정적인 결과가 예상된다면, 그때의 생각이 진짜 긍정이다.
합리적 긍정이야 말로 배신하지 않는 진짜 긍정이다.
PS. 더 읽을 거리 : 스토아 철학의 정수 ‘직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