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국제도서전의 한 구석에서 범상치 않은 포스를 풍기는 에리히 프롬의 책, <불복종에 관하여>를 발견했습니다.
에리히 프롬이라는 이름만으로 주저 없이 집어 들고 계산했죠.
거의 절판에 가까운 책인 데다가 이벤트까지 더해져서 3천 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가격이었습니다. 좋은 책을 거의 거저 집어올 수 있어서 기분 좋으면서도, 이렇게 훌륭한 저자의 책이 너무 싸구려 취급되는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얼마간 있었죠.
좋은 책이니 아껴 읽자는 생각으로 묵혀뒀다가 시야에서 벗어나며 몇 년간 잊고 지냈습니다. 그렇게 잊힐 뻔하다가 겨우 얼마 전에 책 정리를 하며 찾아내고 마침내 읽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에리히 프롬은 대단했습니다. 왜 진작에 읽지 않았을까 후회될 정도였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마음 깊은 곳을 강하게 파고드는 문장들에 압도되었습니다.
에리히 프롬은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이 복종할 줄만 알고 불복종하지 못한다면 그는 노예이다.”
부모, 어른, 국가, 학교, 회사, 상사, 전통, 관행, 종교, 이념. 우리는 이렇게 끝없이 나열할 수 있는, 우리에게 복종을 요구하는 대상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들의 요구에 복종만 하는 사람은 노예일 뿐 자기 삶의 주인이 아닌 겁니다.
영화 트루먼쇼를 보셨나요?
트루먼은 태어나자마자 거대한 몰래 카메라 쇼의 주인공으로 자랍니다.
자신의 세계가 진실인 것으로 믿고 살아가죠.
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의 세계가 진실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자꾸 믿을 수 없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났기 때문이죠.
트루먼은 거대한 거짓에 불복하고 마침내 진실을 찾아 나서는 험난한 여정을 시작합니다.
여러분은 트루먼과 같은 용기가 있습니까?
자신도 모르게 복종만 하며 순응하는 삶을 살고 있지 않습니까?
때때로 스스로를 돌아봐야 합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권위를 의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권위가 요구하는 복종이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불복종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불복종하려면 그만한 능력이 있어야죠.
쥐뿔 능력도 없는데, 더 이상 복종하지 않겠다고 해봐야 ‘말 안 듣는 바보’가 될 뿐입니다.
‘말 안 듣는 바보’가 아니라 ‘당당하게 요구할 줄 아는 용기있는 사람”이 되야 합니다.
불복종할 수 있으려면 그에 걸맞는 능력이 있어야 하죠.
그 권위의 부당한 요구를 알아볼 수 있는 지혜, 당당하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불복종 이후의 대안을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는 독립성을 키우기 위해.
네모탈출이 함께 하겠습니다.
네모탈출 Prelude
네모탈출은 우리가 갇혀있는 모든 네모로부터의 자유를 지향합니다.
네모는 우리를 속박하는 모든 것입니다.
우리를 성장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것들입니다.
네모는 우리가 갇혀있는 정신의 감옥, 마음의 골방, 영혼의 철창입니다.
그 네모는 당신이 다니고 있는 직장, 학교, 모임일 수 있습니다.
가족이나 부모, 친구도 될 수 있습니다.
더 크게는 국가, 자본주의, 민주주의같은 개념들도 네모가 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당신 자신이 그 네모일수도 있습니다.
당신의 신념, 종교, 정의, 진실, 지식일지도 모릅니다.
그 모든 네모에 복종만 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복종만 하는 사람은 노예나 다름 없습니다.
노예 노릇을 그만하기 위해 때로 불복종이 필요합니다.
네모를 깨야 합니다.
네모에서 탈출해야 합니다.
당신의 네모를 깨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