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앞에서 밝은 모니터 빛에 혹사당하는 눈이 항상 안타까웠다. 하지만 이제 전자잉크(e-ink) 기기로도 웬만한 작업은 충분히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전자잉크 태블릿 혹은 모니터가 있기 때문이다. 이전 글을 쓰면서 범용 전자잉크 기기에 더 크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시중에 나온 전자잉크 태블릿을 살펴 보니 가능성도 충분해 보였다.
침침한 눈을 비벼가며 내 눈을 구원해줄 기기를 찾아 헤맸다. 여러 리뷰와 동영상을 눈 빠지도록 보며 고민한 끝에. 마침내 결정했다. 간단한 문서 작성과 웹서핑, 전자책 읽기가 가능한 기기. 전장잉크 태블릿으로 불리는 오닉스 맥스3(ONYX Max3)로.
아마존 직구로 구매하고 빠른 배송으로 3일 만에 받았다. 아마존 직구는 처음인데 3일 만에 미국 제품을 받을 수 있다니 참 많이 빨라졌다.(참고로 저는 말레이시아에 거주 중입니다. 제 물건이 한국을 거쳐 온 것으로 봐선, 한국에선 더 빨리 받을 수 있을 듯)
오닉스 맥스3 외관
사이즈


박스만 큰 게 아니라 제품 자체 사이즈가 엄청나다. 리디 페이퍼 프로와 비교하니 2배가 넘는다. 아이패드 프로와 비교해도 훨씬 크다. 맥북과 비교하니 그나마 상대가 된다. 오닉스 맥스3가 오히려 더 커 보일 정도. 손으로 들어보면 말도 안 되게 가볍게 느껴진다. 스펙상으로 490그램이다.
13.3인치 화면을 가진 기기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무게라서 더 가벼운 느낌인 듯. 그래도 한 손으로 파지 하고 간편히 책 읽는 용도는 절대 아니다. 책상이나 무릎에 올려놓고 쓰는 노트북/태블릿 대용으로 봐야 하겠다.
색상/마감/디자인

흰색이라 깔끔하다. 전체적인 마감도 아주 좋은 편. 버튼은 전원과 홈버튼 2개뿐이다. 페이지 이동을 위한 물리 버튼이 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조금 아쉽다. 차라리 홈버튼까지 없애고 소프트웨어 키로 대체하면 어땠을까? 아이패드 프로와 비슷한 대칭 디자인이 훨씬 나을 뻔했다.
오닉스 맥스3 설정 및 외부기기 연결
초기 설정

언어 설정 맨 밑에 다행히 한글이 있다. 기분 좋게 시작. 하지만 와이파이 설정부터 막힌다. 분명히 와이파이 목록이 떠서 연결할 항목을 눌렀는데 반응이 없다. 아무리 다시 시작해 봐도 마찬가지. 카페를 찾아보니 언어를 영어로 하면 되는 경우가 있단다. 겨우 해결. 다음부턴 다시 일사천리다.
일단 구글 Play 스토어에 연결해서 필수 앱들을 깔았다. 일단 리디북스, 크롬 브라우저를 깔았다. 그런데 언어 설정을 한국어로 했는데도 키보드 자판에 중국어, 영어만 나온다. 오래전 안드로이드폰에 쓰던 TS 한글 키보드를 설치했다. 폰에서는 만족하며 잘 썼는데, 여기서는 키보드가 화면을 절반 정도 가려서 제대로 쓸 수가 없다. 설정을 바꿔도 무쓸모. 결국 포기하고 Gboard를 설치했다. 잘 된다. 적당한 크기의 UI와 속도에 만족했다.
책 읽기
단행본

거대한 크기에 걸맞게 가로모드 두쪽 보기가 아주 편안하게 된다. 실제 책 보는 감각과 더 유사하다. 다만 리디 페이퍼에 비하면 선명도가 확실히 떨어진다. 오닉스 맥스3가 207 ppi, 리디 페이퍼 프로가 300 ppi라서 스펙 자체 차이가 확실히 눈에 보인다. 그리고 리디 페이퍼 프로의 배경이 훨씬 하얗게 보인다.
2년 전에 나온 기기의 디스플레이보다 못하다니. 대형 패널의 한계인가?완전 실망-_-; 그래도 깡패 같은 크기로 이 모든 걸 커버한다. 보통 전자책처럼 바짝 끌어당길 필요 없이 노트북처럼 멀찍이 놓고 봐도 되니 어느 정도 용서는 된다.
만화

만화는 거의 안 보는 편이지만 테스트 삼아 열어봤다. 역시 대화면의 장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가로모드 두쪽 보기가 시원시원하니 볼만하다. 만화 좋아하는 분들에겐 투자할 만할 듯.
외부기기 연결
키보드 연결

이번에 오닉스 기기를 장만한 가장 큰 이유는 눈이 편한 문서 작업과 웹서핑이었다. 때문에 키보드와 마우스 연결은 필수. 안 쓰는 애플 키보드가 있어서 연결해 봤다. 블루투스 목록에 아예 뜨지 않는다. 또 한 번의 난관. 맥스3를 껐다 켜보고, 키보드 배터리도 갈아봤지만 잘 안된다.
혹시나 해서 쓰던 맥북을 보니 여기에 페어링 되어 있네-_-; 페어링 해제하고 다시 시도하지만 또 안된다. 다시 껐다 켜길 몇 차례. 잡힌다. 페어링 확인을 위한 숫자를 입력하라고 나온다. 겨우 연결 성공! 그런데 애플 키보드가 연결되었는데도 가상 키보드가 여전히 떠있다. 상단의 키보드 아이콘 터치→ 물리적 키보드 터치 → 가상 키보드 표시 설정을 해제하니 해결되었다.
그런데 잠시 쓰다 보니 연결이 자꾸 끊긴다. 한참 타이핑하다가 키가 안 먹는 경우가 30분에 한번 꼴이다. 애플 키보드라 궁합이 잘 안 맞는 건가, 해서 또 다른 키보드(타거스)를 연결해보니 잘 된다. 좀 더 써봐야겠지만 일단 하루 동안은 끊김 없이 잘 작동한다.
맥북 연결(전자잉크 모니터의 가능성은?)

내 사용 목적은 아니라서 잠깐 연결만 해봤다. 일단 맥북에 HDMI로 연결했는데, 도저히 못 볼 수준. 위 사진으로 보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제로 사용성은 영 아니다. 마우스 커서가 잘 보이지도 않고, 기어가는 마우스 커서를 보고 있으면 속 터진다. 따로 설정을 맞추면 나아질 거 같기도 한데, 잠깐 테스트만 한 거라 바로 뺐다.
마우스 연결
블루투스 마우스가 없어서 일반 무선 마우스로 테스트했다. 아이패드 프로에서 쓰던 연결 케이블에 USB 동글을 연결 하니 잘 된다.
웹서핑 및 문서작업
웹서핑


웹서핑도 꽤 쓸만하다. 텍스트 위주의 글 읽기 위주로 쓴다면 만족할 만하다. 하지만 이미 많은 분들이 지적하셨듯이 기기 자체는 빠릿빠릿하게 돌아가는데 디스플레이가 못 받쳐주는 느낌이다.
전자잉크라는 디스플레이 특성상 어쩔 수 없지만 아쉬운 부분이다. 화면 리프레쉬 모드는 Normal, Speed, A2, X, 4가지를 제공하는데, 웹서핑이나 문서작성에는 A2 모드가 가장 적절해 보인다.
문서작업
순수하게 텍스트만 타이핑하는 용도로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여준다. 사실 꽤 완성도 높은 모습을 기대했는데. 아직 부족하다. 맥스 3가 아무리 빠르다고 하지만, 타이핑 후 실제 화면에 출력되기까지의 시간 지연이 꽤 길다. 역시 전자잉크의 특성이다. 천천히 생각하며 타이핑도 빠르지 않은 느린 템포로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쓸만하다.
개인적 취향에 따라 리프레시 모드를 테스트해 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설정을 찾아야 한다. Normal 모드는 너무 답답하고, Speed 모드도 다소 굼뜨다. A2모드로 하니, 나름 쓸만하다. 물론 고스팅(이전 화면의 잔상이 남는 현상)이 심하긴 하지만 잠시 써보니 적응할 만하다. 화질을 잃고 속도를 얻는 셈이다.
총평
만 하루를 써본 소감
장단점이 뚜렷한 기기다. 눈 편하다는 얘기에 덥석 샀다가는 후회하기 딱 좋다. 일단 단점부터 보자.
단점
고스팅(화면 잔상)
전자 잉크 기기 치고는 아주 빠른 속도를 가졌다고 해서 기대가 컸다. 기대가 컸기 때문인지 몰라도 고스팅은 몇 년 전에 비해 크게 발전하지 않은 듯하다. 프로세서 속도는 빨라졌지만 디스플레이의 발전 속도가 아직 그에 못 미친다.
고스팅이나 화면이 주기적으로 깜박이는 리프레시에 익숙하다면 상관없다. 전자책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오닉스 맥스 3도 좋은 선택이지만 아직 갈길이 멀어 보인다.
누런 배경화면

화면이 리디 페이퍼 프로와 비교하면 확연히 누렇다. 그래서 그런지 폰트도 조금 더 흐릿하게 보인다.
반응속도
앞의 고스팅과도 연결된 문제인데, 체감 반응속도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비하면 확연히 느리다. 나도 아직 타이핑이 어색하다. 사실 수치로만 보면 0.5초가 안 되는 짧은 딜레이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타이핑하는데 이 정도의 딜레이는 아주 크게 체감된다.
백라이트 없음
매우 아쉬운 부분. 눈이 편한 건 좋지만 항상 별도 조명이 필요해서 영 번거롭다.
기본 UI의 낮은 품질
인터페이스가 구리다. 아무리 흑백 화면이지만 대충 만든 티가 난다.
장점
광활한 화면

모든 단점을 커버하는 최고의 장점. 가로모드 두쪽 보기로 책을 보는 감동은 다른 곳에서 얻을 수 없는 매우 큰 장점이다.
눈이 편안한 문서 읽고 쓰기에 최고
맥스3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다. 제발 눈이 편안했으면 했다. 좀 느리고 반응이 굼뜨지만, 그나마 이렇게 웬만큼 타이핑을 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다. 눈 편안한 거 하나로 다 용서된다.
집중력이 높아진다
딴짓을 안 하게 된다. 할 수 있는 일이 한정되기 때문에 읽고 쓰기에만 집중하게 된다.
눈이 편안한 광활한 화면의 전자잉크 태블릿이라는 장점을 생각한다면 아주 쓸만한 제품이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현재까지 나온 전자 잉크 기기 중에는 가장 진보된 컴퓨팅 환경을 만들어 준다. 장단점을 명확히 알고 있다면 눈 건강을 위해 선택할 만한 제품이다.
아래 동영상 리뷰도 함께 보고 판단해 보자.
PS. 다음으로 눈독 들이고 있는 기기는 리디 페이퍼 3세대와 오닉스 노트2 다. 뭘로 결정하든 조만간 또 리뷰해 볼 예정.
좋은 정보 올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한국에선 정보 찾기 쉽지가 않은데 이렇게 체계적으로 정리해주셔서 엄청 도움이 되었습니다.
질문이 있는데요. 리모컨은 사용 하시나요? 어떤 걸 사용하시나요?
도움되셨다니 다행이네요 근데 제가 리모컨은 사용하지 않아요?
안녕하세요! 아마존 직구하셨다고 했는데 혹시 관세는 얼마 내셨나요? 화이트 색상 구하기가 지금 어려운 것 같은데 직구 고민이네요ㅠㅠ
제가 말레이시아에 거주중이라…관세가 한국이랑 다를듯 해요?
리뷰 감사합니다. 진짜 필요한 정보만 딱딱 들어있는 실사용 후기 최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