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이 곧 나의 우주다
몇 년 전 일이다. 회사의 한 임원과 우리 팀의 점심 식사 자리가 잡혔다.
팀원들이 돌아가며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담당업무, 사는 곳, 결혼 여부, 취미 등을 얘기했다. 내 차례가 되어 취미를 독서라고 했더니 그 임원 왈, “독서는 취미가 아니지”
약간 당황스러운 와중에 뭐라 대꾸할까 하다가 짧게 소개하고 넘어가는 상황이라 그냥 관두고 말았었다.
당시에는 별생각 없이 넘어갔지만, 문득 고민에 빠졌다.
정말 독서는 취미가 될 수 없나?
취미의 사전적 의미는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이다. 이런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독서는 분명히 취미가 될 수 있다. 나는 대부분의 독서를 즐기기 위해 하고 있으니까. 혹시 그 임원은 ‘전문적인’ 읽기만 생각하고 취미가 아니라고 한 걸까?
나는 독서도 엄연한 취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그저 그런 취미가 아니라 실용적이고 즐겁고 가치있는 훌륭한 취미라고. 책 읽지 않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오히려 더 소중한 취미가 아닌가?
설마 그 임원이 독서는 취미가 아니라 생활이라는 더 높은 차원의 생각을 갖고 있어서 그랬을까?
시인 장석주는 ‘내가 읽은 책이 곧 나의 우주다’라는 책까지 썼다. 독서야 말로 나의 우주를 만들어가는 그 어떤 활동에 버금가는 고상한 취미가 아닐까.
내가 읽은 책이 곧 나의 우주다 → 리디북스에서 살펴보기
장석주 시인은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나는 그런(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어떤 결핍과 부재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오래도록 책을 읽어온 사람으로서 말하는데,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겉은 멀쩡해 보일지 몰라도 잘 살펴보면 제대로 된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은 대개 자기 생각이라는 게 없기 때문입니다.
– 장석주 <내가 읽은 책이 곧 나의 우주다>
그 식사 자리에서 테니스야 말로 직장인들이 당장 시작해야 할 좋은 취미라고 열변을 토하며 침을 튀겨대던 그분의 생각만 정답은 아니니 전혀 속상할 이유는 없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앉아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어요. 두루 많이 알고 비범한 능력을 갖춘 저자가 쓴 책을 읽으며, 그 폭넓은 앎과 비범한 능력을 빌려 세상을 넓게 바라볼 수 있는 거지요. 또 무른 인격을 다져 고매함에 이른 사람 치고 책을 많이 읽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장석주 <내가 읽은 책이 곧 나의 우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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