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피하기 기술 – 저절로 좋아지는 삶

여객기 운항에 가장 중요한 원칙은 단연코 안전입니다. 목적지에 아무리 급하고 중요한 일이 있어도 악천후에는 비행기가 뜨지 않죠. 안전 점검이 안되있거나 충분한 연료가 없어도 마찬가집니다. 조종사의 건강에 문제가 있어도 비행기는 출발하지 못합니다. 모든 조건이나 상황이 아무리 좋아도 여객기 조종사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습니다. 날씨가 좋고 조종사의 컨디션이 아무리 좋더라도 360도 회전하는 곡예비행을하거나 빌딩 사이를 화려한 기술로 통과하는 일은 없죠. 안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투자에서도 안전이 중요하죠. 대부분 투자자들이 업사이드(상방)를 노리고 투자하지만 노련한 투자 대가들은 다운사이드(하방)를 막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파산 같은 큰 다운사이드를 겪으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여객기 운항, 대형 시설이나 인프라 관리에도 상방보다는 하방을 막는 노력에 더 많은 자원이 투입됩니다. 역시 마찬가지 이유 때문이죠. 한 번 하방을 겪으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방, 다운사이드, 마이너스 요소, 실수를 줄이는 노력은 크게 티는 안나지만 정말 중요한 활동입니다.

이건 우리 인생이나 투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죠.


불행 피하기

지금 행복하지 않다면 내 삶의 다운사이드, 하방 요소를 살펴야 합니다. 행복은 명확히 정의하기 힘들지만 불행의 요소는 좀 더 명확히 인식할 수 있죠.

만성 스트레스, 긴 통근거리, 하기 싫은 일, 불행한 결혼 생활은 분명히 우리를 불행하게 합니다. 우리 생각, 감정의 부정적인 요소들도 불행을 부추기죠. 타인과 끊임없는 비교, 자책, 후회, 우울, 짜증, 분노, 질투. 이런 내면적인 요소들도 우리를 불행하게 만듭니다.

삶에서 되도록 다운사이드를 제거하는 데 집중하면 현실적으로 좋은 삶을 살게 될 확률이 높아지죠. 삶의 여러 측면에서 이런 하방 회피 전략이 효과적입니다.

건강한 식생활과 관련해서 가수 박진영은 이런 말을 한적이 있죠.

좋은 걸 먹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안좋은걸 안먹는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좋은 영양제나 보약을 먹는 것도 좋지만 농약, 환경호르몬, 항생제가 들어있는 안좋은 음식을 피하는게 우선입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을 많이 먹어도 매일 술마시고, 라면, 햄버거 같은 인스턴트 음식을 수시로 먹는다면 아무 소용 없죠.

다이어트도 마찬가집니다. 규칙적인 운동이나 좋은 음식도 중요하지만, 나쁜 생활 습관, 군것질, 살찌는 음식을 피하는 것이 먼저죠.

공부할 때도 방해하는 요소를 줄이는 게 중요하죠. 스마트폰 알람을 끄고, TV나 컴퓨터도 멀리해야 합니다.

재테크도 비슷합니다. 많이 모으는 것보다, 쓸데 없는 지출을 줄이는게 먼저죠.

투자의 하방

하방을 피해야 한다는 원칙은 투자에서도 잘 적용됩니다.

원칙 1. 절대 잃지 마라 
원칙 2. 원칙 1을 절대 잊지 마라

워런 버핏의 유명한 투자 원칙이죠. 투자의 신 버핏의 원칙인 만큼 새겨 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투자자들이 이런 원칙을 그저 흘려듣죠.

하지만 잃지 않는 투자는 모든 투자의 기본 전제가 되야 합니다. 투자 구루이자 버핏의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도 안전마진을 강조했죠. 안전마진도 결국 잃지 않기 위한 안전 장치 입니다.

투자 마인드, 멘탈 관리에 있어서 제가 가장 추천하고 싶은 책, <돈의 심리학>은 이렇게 말합니다.

전멸하는 일 없이, 포기하는 일 없이 오랫동안 살아남는 능력이 가장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투자든, 커리어든, 사업이든 상관없이 생존이 여러분의 전략에서 기본 중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 아무리 큰 이익도 전멸을 감수할 만한 가치는 없다.

주식투자에도 하방을 대비하지 않으면 위험합니다. 아무리 잘 나가던 투자자도 하루 아침에 퇴출될 수 있는 곳이 주식 시장이기 때문이죠. 많이 버는 것 보다 잃지 않고 오래 생존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사실 워런 버핏보다 수익률이 뛰어난 투자자는 꽤 많습니다. 버핏이 위대한 투자자인 이유는 단순히 수익률이 높아서가 아니죠. 오랫동안 생존하고 투자해서 복리 효과를 충분히 누렸기 때문입니다.

개미들이 투자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짧은 시간에 큰 수익을 올리려고 너무 큰 위험을 감수하기 때문이죠. 특히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좋아하는 바이오 섹터가 그렇습니다. 물론 바이오는 유망한 분야고 분명히 우리나라에도 세계적인 기업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방 위험이 너무 크죠. 임상에서 완치자가 나왔다, 학회에서 나온 연구 결과가 좋다, 이런 가능성만으로 하는 투자는 하방 위험이 너무 큽니다. 제조 기업은 공장, 설비, 자재 같은 장부가치가 하방을 지지해 줍니다. 그런데 바이오 기업들은 그런 하방 지지선이 없죠.

굳이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겠다면 기술이전이 완료되거나 시판이 시작되서 실제로 매출이 예상되는 시점에 투자해도 늦지 않죠.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적인 바이오 기업인 셀트리온이나 삼성바이오도 실제 매출이 찍히는 시점에 투자해도 전혀 늦지 않은 투자였습니다. 가능성만 보고 매출 없는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는건 위험하죠. 가능성 보다는 하방 위험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버핏과 멍거는 투자에서 업사이드를 주시하기 전에, 우선 무엇을 피해야 할지, 즉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에 주의한다 … 멍거는 “대단해지는 건 고사하고 멍청해지지 않으려고만 했을 뿐인데 이런 태도가 장기적으로 얼마나 큰 성공을 가져왔는지 놀랍다”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몰빵 투자도 피해야 합니다. 아무리 그 기업을 열심히 연구하고 전망이 확실해 보여도 그 기업의 대표 조차 예상하지 못한 악재가 터질 수 있죠. 몰빵하면 그런 예상치 못한 일 때문에 다 잃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분산투자가 중요하죠.

단기간에 크게 먹겠다는 생각을 접어야 합니다. 오랫동안 살아 남아서 복리 효과를 충분히 누리겠다는 자세가 맞죠.

마찬가지로 적절한 자산 배분도 중요합니다. 여러 종목에 분산투자해도 주식 시장 자체가 붕괴되면 크게 잃을 수 밖에 없죠. 그래서 저는 만약의 상황을 대비한 여유 현금을 전체 자산의 20% 정도로 유지 합니다. 비트코인, 부동산, 원자재 같은 자산에 분산하는 것도 하방을 피하는 좋은 방법이죠.

우리 삶에서 하방 요소를 제거하면 자연스럽게 좋은 삶을 살게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투자를 비롯한 삶의 모든 측면에서 이런 전략이 잘 통합니다. 뭔가를 더 많이, 잘 하려고 하기보다는 하지 않고, 절제하고, 빼야 할 것에 집중해 보세요. 저절로 좋아질 겁니다.

좋은 삶은 대단한 행복을 추구하는 데 있지 않고, 멍청함이나 어리석음, 유행 따르기를 피함으로써 이루어진다. 무언가를 더 많이 하는 것이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는 것, 절제하는 것’이 삶을 풍성하게 만든다.
 – 롤프 도벨리 <불행피하기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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