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잠이야말로 우리 삶에 가장 중요한 요소
우리는 ‘잠을 잘 자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실제로 우리 자신을 돌아보면 잠을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듯하다. 수면 시간이 들쑥날쑥하기 일쑤고, 평소보다 한 시간 정도 잠을 늦게 자는 건 다반사다. 금요일에는 새벽녘까지 불금을 즐기다가, 주말에는 오전 대부분을 잠으로 보내며 소중한 하루의 절반을 날려버리곤 한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게임으로 자정을 훌쩍 넘기고, 시험공부하느라 꼬박 밤을 새우는 건 예사다. 이렇게 현대인들은 잠을 얼마든지 줄여도 되고 주말에 적당히 보충하면 되는 만만한 대상으로 여긴다.
저자는 이런 현대인들의 수면에 대한 고정관념, 잠을 가벼이 여기는 생각에 강력한 하이킥을 날린다. 단순히 잠은 우리 삶에 중요하다, 는 정도가 아니라 “잠이야말로 우리 삶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수많은 놀라운 연구 결과, 명확한 해석을 통해 독자를 효과적으로 설득한다.
잠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다. 아래 10가지 이유들 때문이다.
1. 수면, 낮 동안의 기억을 정리한다
“처음 잠들었을 때 수면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깊은 비렘수면의 한 가지 핵심 기능은 불필요한 신경 연결을 솎아 내고 제거하는 것이다. 대조적으로, 나중에 수면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렘수면이라는 꿈 꾸는 단계는 이 연결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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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 있을 때보다 잠잔 뒤에는 기억 보유 능력이 20~40퍼센트 더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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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자고 난 뒤에는 잠자기 전에는 떠올릴 수 없었던 기억들에도 다시 접근할 수 있다. 일부 파일이 엉켜서 접근할 수 없다가도 복구되는 컴퓨터 하드 디스크처럼, 잠도 밤에 복구 서비스를 제공한다.”
잠은 단순히 신체를 쉬게 할 뿐 아니라, 낮 동안 있었던 일들 중 불필요한 정보는 삭제하고, 중요한 정보는 장기기억으로 보관하는 등 기억을 정리하는 중요한 작업을 한다. 이렇게 잠이 기억력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밤을 꼬박 새우기보다, 조금이라도 잠을 자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2. 수면, 창의성의 비결
“잠이 기억에 제공하는 마지막 혜택은 가장 놀라운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바로 창의성이다. 잠은 뇌가 저장된 방대한 정보 사이의 연결을 시험하고 구축하는 야간 무대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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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 있을 때 당신의 뇌가 결코 시도하지 않을 방식으로, 잠자는 뇌는 서로 별개의 지식들을 융합하여 인상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빚어낸다.”
수면 중의 무의식 세계에서는 뇌가 평소에 시도하지 않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성의 통제를 받지 않고 완전히 자유로운 발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잠을 자다가 꿈속에서 혹은 잠에서 깬 직후에 오랫동안 풀리지 않던 문제를 기적적으로 해결하는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 창의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면 그 문제를 생각하며 잠들어 보자. 아침에 의외의 해결책과 함께 깰지도 모른다.
3. 만성 수면 부족이 당신을 서서히 죽인다
“몇 달 또는 몇 년에 걸쳐 만성 수면 부족 상태로 지내면, 수행 능력 저하, 낮은 각성도, 줄어든 활력에 사실상 순응하게 된다. 지쳐 있는 상태가 자신의 정상 상태, 즉 기준선이라고 받아들이게 된다. 다년간의 수면 부족 상태가 건강이 서서히 나빠져 가는 것을 비롯하여 정신 자세와 신체 활력에 어떻게 지장을 일으키고 있는지를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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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인지 능력을 유지하려면 매일 밤 일곱 시간 넘게 자야 한다. 10일 동안 딱 일곱 시간씩만 자고 나면, 24시간 잠을 자지 않았을 때와 맞먹는 수준의 기능 이상을 보인다.”
7시간 이하로 자는 사람들은 만성 수면 부족에 몸과 마음이 이미 적응되어 있다. 정신적, 신체적으로 낮은 수준의 상태를 정상으로 착각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을 서서히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간혹 희귀한 유전자 덕에 잠을 평균보다 덜 자도 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 확률은 번개에 맞을 확률(평생 동안 1만 2,000분의 1) 보다 훨씬 낮다고 한다. 결국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사람이 최소 7시간 이상은 자야만 한다. 필자는 7시간은 최소치고, 8시간은 자라고 권한다.
4. 수면 부족? 아무리 잘 먹고 운동해도 소용없다
“예전에 나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잠은 식단 및 운동과 함께 건강의 3대 기둥이다.〉 지금은 어조를 좀 바꾸었다. 잠은 기둥 이상의 것이다. 다른 두 건강 기둥을 받치는 토대라고 말이다. 곧 설명하겠지만, 잠이라는 토대를 빼내거나 아주 조금 약하게 만들면, 식사와 운동에 아무리 신경을 쓴다고 해도, 그 효과는 떨어진다.”
수면이 부족하면 아무리 좋은 것을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잠은 좋은 음식과 운동의 효과를 보기 위한 선결 조건이다. 건강의 최우선 고려 사항은 잠이다.
5. 수면 부족? 비만의 이유
“잠을 더 적게 잘수록 자신이 지닌다고 느끼는 에너지의 양은 더 적어지고, 운동을 하려는 의지가 더 줄어들고 더 꼼짝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수면 부족은 비만을 위한 완벽한 요리법이다. 열량 섭취는 더 늘고, 열량 소비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잠이 부족하면 신체 활력이 떨어져서 덜 움직이게 되고,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더 먹고 싶어 진다. 결국 살이 찔 수밖에 없다. 반대로 잘 자야 살을 뺄 수 있다. 다이어트의 기본도 질 좋은 수면이다.
6. 잠을 못 자면 성기능이 떨어진다
“잠을 아주 적게 잔다고 — 또는 수면의 질이 낮다고 — 설문지에 적은 남성들이 밤잠을 설치지 않고 푹 잔다는 남성들보다 정자 수가 29퍼센트 더 적으며, 기형인 정자도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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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잠을 덜 자는 남성들이 푹 자는 남성들보다 고환의 크기도 상당히 더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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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도 밤잠을 으레 여섯 시간 이내로 자면, 여포 자극 호르몬이 20퍼센트가 줄어든다.”
잠이 부족하면 성 호르몬이 줄어들면서 성적인 매력도가 떨어질 뿐 아니라, 실제로 남성은 정자수가 줄어들고 여성은 생리주기를 관장하는 호르몬이 줄어든다. 요즘 불임이 크게 늘어난 이유도 현대인의 수면 부족과 어느 정도 관련 있는 듯하다.
7. 잠을 잘 자야 면역력을 유지할 수 있다
“감기 바이러스와 접촉하기 전 주에 잠을 더 적게 잔 사람일수록,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감기에 걸릴 확률이 더 높았다. 평균적으로 다섯 시간을 잔 집단은 감염률이 거의 50퍼센트였다. 일곱 시간 이상을 잔 집단은 감염률이 고작 18퍼센트였다.”
잠을 못 자면 감기에 걸릴 위험도 커진다.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전날 잠을 설쳐서 조금 피곤한 것으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감기에 걸리면 몇 주를 고생할 수도 있다. 튼튼한 면역을 유지하려면 잘 자야 한다.
8. 잘 자면 심리적으로 안정된다
“잠이 부족한 뇌는 긍정적 및 부정적 양쪽 감정의 극단 사이를 지나치게 오락가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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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양극성 장애, 불안, 자살 충동 등 다양한 장애들에 수면을 치료 도구로 씀으로써 큰 성과를 보았다”
잠을 못 자면 감정 조절에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오늘 나의 분노 혹은 짜증 지수가 유별나게 높았다면, 잠이 부족한 건 아닌지 생각해 보라. 혹시 유별나게 화를 내는 직장 상사나 가족이 있다면 어제 잠을 좀 설쳤구나, 하고 이해해 줄 수도 있겠다.
9. 잠은 감정을 치유한다
“꿈은 낮 동안 겪었던 힘든, 심지어 정신적 외상까지 일으킬 수 있는 감정적 사건들에서 고통을 제거함으로써, 다음 날 아침에 감정을 해소한 상태로 깨어날 수 있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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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상태가 치유를 위한 일종의 인생 성찰을 지원한다.”
잠은 낮동안 일어난 일을 처리하면서 마치 분리수거를 하듯 사실과 감정을 분리한다. 잠을 자는 동안 감정이 치유되고 사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상처 받았거나 우울하다면 오늘 더 잘 자야 한다.
10. 질 높은 수면이 업무 및 학습 능력을 높인다
“수면이 부족하면 업무 처리 속도와 기본 업무의 완수 속도가 느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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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역의 직장인들과 그 연봉을 분석했더니, 잠을 더 많이 자는 이들이 평균적으로 돈을 더 많이 번다고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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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수면 시간이 더 긴 아이들이 자라면서 IQ가 더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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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똑똑한 아이들은 자라면서 IQ가 더 낮게 나온 아이들보다 일관되게 40~50분을 더 잤다.”
잘 자면 생산성이 올라가고 연봉도 올라간다. 아이들은 학습 능력이 올라간다. 잠을 줄여서 일하고 공부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잠을 더 자면 돈을 더 많이 벌고 공부도 더 잘하게 되니 말이다.
잠은 이제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격상되어야만 한다. 현대인이 삶에서 겪는 그 수많은 문제들이 수면 부족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잠을 하찮게 여기는 현대의 화려한 조명과 청색광으로 우리 눈을 찌르고 정신을 어지럽히는 스크린을 단호히 줄이고 어떻게 잠을 “더 많이 더 잘” 잘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때다.
이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저자는 더 많이 잘 자기 위한 12가지 팁을 제시한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코 1번이다. 평일, 주말 구분 말고 매일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자.
불면증 해결, 더 건강한 수면을 위한 12가지 방법
1. 수면 시간표를 지켜라
매일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일어나라. 주중에 부족한 잠은 나중에 주말에 더 잔다고 해서 완전히 보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그렇게 하다가는 월요일에 일찍 일어나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다.
2. 운동을 하라
운동은 좋지만, 너무 늦게 하지는 말라. 매일같이 적어도 30분은 운동을 하려고 애쓰자
3. 카페인과 니코틴을 피하라
커피, 콜라, 특정한 차, 초콜릿에는 자극제인 카페인이 들어 있으며, 그 효과가 완전히 사라지는 데에는 여덟 시간까지 걸릴 수 있다.
4. 알콜을 피하라
잠자러 가기 전에는 알코올 함유 음료를 피하라. 잠자러 가기 전에 밤술이나 알코올 함유 음료를 마시면 긴장을 푸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많이 마시면 렘수면이 사라지고, 더 얕은 잠만 자게 된다.
5. 야식을 피하라
밤에는 음식을 많이 먹지 말라. 가벼운 간식은 괜찮지만, 많은 음식은 소화 불량을 일으킬 수 있고, 그러면 잠이 방해를 받는다. 밤에 음료를 너무 많이 마시면, 소변이 마려워서 자주 깰 수가 있다.
6. 약을 조심하라
가능하다면, 잠을 못 이루게 하거나 설치게 하는 약을 피하라.
7. 늦은 낮잠을 피하라
오후 3시 이후에는 낮잠을 자지 말자. 낮잠은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오후 늦게 낮잠을 자면 밤에 잠들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8. 긴장을 풀어라
잠자리에 들기 전에 긴장을 풀어라. 긴장을 풀 시간조차 없을 만큼 일정을 지나치게 많이 만들지 말라.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등의 긴장을 푸는 활동을 잠자리 습관의 일부로 만들어야 한다.
9. 따뜻한 목욕을 하라
잠자러 가기 전에 뜨거운 물에 목욕을 하라. 욕조에서 나온 뒤 체온이 떨어지면 졸음이 더 잘 올 수 있고, 또 목욕은 긴장을 풀고 느긋하게 만들어서 더 쉽게 잠들 수 있게 해 준다.
10. 침실을 어둡고 차갑게 하라
침실을 어둡게 하고, 차갑게 하고, 침실에서 전자 기기를 치워라. 소음, 밝은 빛, 불편한 침대, 따뜻한 온도 등 잠을 방해할 만한 것들을 침실에서 없애라.
11. 적절히 햇빛을 쬐어라
햇빛은 하루 수면 패턴을 조절하는 데 대단히 중요하다. 매일 적어도 30분 동안 실외에서 자연광을 받도록 노력하자.
12. 말똥말똥하다면 잠자리에 누워 있지 말라.
누웠는데 20분 넘게 잠이 안 오거나 불안하거나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면, 일어나서 졸음이 올 때까지 긴장을 푸는 활동을 하라. 못 잘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은 잠들기 더 어렵게 할 수 있다.
아무쪼록 편안한 밤 되시길.
PS. 영상으로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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