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아 철학의 정수 ‘직언’

내 인생 최고의 책 #02

직언이라는 제목 그대로 원칙 있는 삶을 위해 날카롭게 직선으로 내리 꽂히는 스토아 철학자들의 조언을 담은 책이다. 웬만한 고전보다 낫다. 복잡한 삶 속에서 단순한 원칙을 세울 수 있도록 해주며, 갈팡질팡하지 않고 따를 수 있는 명확한 가이드를 제시해 준다. 스토아 철학은 부정적 감정에 휘둘리고, 갈피를 못 잡고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평정을 선사한다. 스토아 철학을 명쾌하게 해석한 숨겨진 보물 같은 책이다. 한번뿐인 인생, 낭비하지 않게, 삶의 올바른 지향점을 찍도록 해주는 강력한 책이다. 

기억할 만한 내용이 차고 넘치지만, 지금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두 가지 핵심만 추려본다.

종종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라

사람은 어떤 욕망이 충족된 후에 또 다른 자극, 혹은 더 강한 자극에 사로잡히기 마련이다. 인간의 욕망이라는 것이 끝이 없기 때문이다. 때로는 갖고 있던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상실감과 슬픔에 빠지기도 한다. 끊임없이 충족되지 않는 욕망, 때때로 닥쳐오는 상실이 이어지며, 인간은 스스로의 불행한 운명에 괴로워한다. 더구나 이런 고통은 특별한 즐거움이 없는 한 거의 지속된다. 이에 스토아 철학자들은 훌륭한 해결책 하나를 제시한다.

바로 ‘부정적 상황 설정 기법’이다.

풀어 말하면 자신이 가진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는 상황을 상상하라는 것이다. 그 소중한 것은 가족, 돈, 명예, 직업, 심지어는 자신의 목숨도 될 수 있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따뜻한 정을 향유하면서도 이런 기쁨이 언젠가는 끝나버릴 가능성에 대해 때때로 깊이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나온 예는 이렇다.

“두 명의 아버지가 있다. 한 아버지는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는 아이의 운명에 대해 주기적으로 깊이 생각해 본다. 반면 다른 아버지는 이런 우울한 생각을 하려 하지 않는다…(중략)… 첫 번째 아버지는 매일 아침 눈을 떠 딸을 보면 아이가 여전히 자기 삶의 일부라는 사실에 기뻐하고 낮 동안에는 아이와 교감을 나눌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다. 이와 반대로 두 번째 아버지는…. 대화나 교감을 나누는 일쯤은 내일로 미뤄도 괜찮다(고 생각할 것이다)”

달리 생각하면 어떻게 그런 우울하고 끔찍한 생각을 하면서 살 수 있는가, 하며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잠시 그런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으나, 그것은 이성으로 얼마든지 통제 가능한 생각의 작용일 뿐이다. 오히려 이런 생각을 주기적으로 함으로써 궁극의 낙천주의자가 될 수 있다. 최악의 상황에 대한 마음속 훈련이 되어 있으므로 그 최악의 상황보다는 나은 현실이 언제나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내면의 목표에 집중하라

스토아 철학에 따르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에서 주어진 목표가 아니라 나 스스로 통제 가능한 내면의 목표에 집중하면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수 있다.

가령 이번 ‘중간고사에서 1등을 하겠다’라는 목표를 세우면 여러 가지 통제할 수 없는 요소(1등을 놓치지 않는 옆 친구, 시험 당일의 컨디션 등) 들 때문에 목표를 이루지 못할 확률이 높다. 반면 ‘모든 시험 범위를 3번씩 반복해서 읽고 공부하겠다’라는 목표를 세우면 자신이 완벽히 통제할 수 있는 목표이기 때문에 목표가 이뤄질 확률이 훨씬 높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면의 목표가 아닌 다른 사람이 준 목표, 외부의 목표에 의해 움직인다. 그러나 외부의 목표는 여러 변수나 환경적 요인 때문에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목표를 이룬다고 해도 그 많은 변수와 환경 요인들을 걱정하느라 마음고생이 엄청나다. 자기 스스로를 다잡으며 외부 요인들에도 마음을 쓰느라 이중고에 시달린다. 하지만 내면의 목표는 다르다. 외부의 적은 없고 오로지 자신과의 싸움에만 임하면 되는 비교적 손쉬운 싸움이다. 이렇게 목표를 설정할 때 누군가가 정해준 목표, 상황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세우는 목표에 휘둘리지 말라는 것이다.

온전히 자신이 스스로 통제 가능한 내면의 목표를 세워야 한다. 테니스를 친다면 ‘반드시 이긴다’라는 목표보다는 ‘연습한 대로 최선을 다해 친다’는 목표가 오히려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며 실제로 이기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진화심리학적 고찰

책 말미에는 흥미롭게도 진화심리학에 관한 최신 이론까지 등장한다. 인간은 오랜 진화 과정 중에 생존을 위한 부정적 감정이 발달해 왔다. 공포나 불안에 민감한 개체들이 둔감한 개체들보다 사고나 포식자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거나 높은 지위를 얻는 사람이 생존과 번식률이 높았다. 이성은 이렇게 고통을 피하고 생존, 번식 확률을 높이기 위해 복잡한 전략을 고안하도록 발달해 왔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스토아 철학의 조언들은 이렇게 발달해온 이성을 철학적 사고에 활용함으로써 부정적인 감정을 최소화하고, 지나치게 쾌락을 좇는 파괴적인 본능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인간은 진화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지금까지의 진화가 무작위의 자연선택에 의한 것이었다면, 인간은 스스로의 이성으로 진화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최초의 종이 되었다. 스스로의 행복도 인간의 이성으로 어느 정도 통제 가능한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이 새로운 진화의 단계에 동참하는 것이야 말로,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 나아가 인류의 발전적 진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스토아 철학을 실천하고 살면서 아주 소소한 것에도 쉽게 기쁨을 느끼게 되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어느 날 갑자기 지금 자신의 모습에, 지금 살고 있는 삶에, 우리가 살게 된 이 우주에 기쁨을 느끼게 될 것이다.”

6 thoughts on “스토아 철학의 정수 ‘직언’”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