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멈추는 법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일까?

시간을 멈추는 법
시간을 멈추는 법

천년을 사는 남자의 이야기

시간을 멈추는 법(서점 바로가기)은 천년을 사는 남자의 이야기다. 노화가 보통 사람보다 15배 느리게 진행되는 특이한 병을 앓는(?) 주인공, 사랑하는 아내와 딸, 하지만 그의 비범함 때문에 결코 평범하게 살아갈 수 없는 운명을 멍에처럼 지고 살아간다.

이야기는 400년 이상을 살아온 주인공의 현재와 가혹한 운명이 시작된 400여 년 전, 중간중간의 굵직한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을 직접 겪는 과거 장면들이 교차되며 진행된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장면들이 스피디하게 진행되면서, 각 사건과 등장인물들이 세기를 뛰어넘어 얽히고설키는 스토리의 흡인력이 엄청나다. 

비슷한 이야기들

사실 보통 사람보다 오래 사는 주인공이라는 설정이 그리 특이한 건 아니다. 이미 10년도 더 전에 만들어진 영화 맨 프럼 어스(Man from earth)는 구석기시대에 태어나 1만 4천 년 동안 살아온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주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자주 이동하며 살아야 한다는 설정은 이 영화에서 차용한 것이 아닌가 싶게 비슷하다. 

로빈 윌리엄스가 연기한 ‘바이센테니얼맨’도 빼놓을 수 없다. 비록 주인공은 인간이 아닌 로봇이지만 200년을 넘게 살며 자신이 사랑한 모든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는 고통, 인간이 가진 죽음이라는 특권(?)을 동경하는 로봇의 이야기가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브래드 피트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노인으로 태어나 점점 젊어진다는 설정이라 조금 다르지만, 역시 사랑하는 사람들을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야 하는 고통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일까?

이런 이야기들이 들려주고자 하는 주제는 비슷해 보인다. 인간의 오래 살고 싶은 욕망, 혹은 젊어지고 싶은 욕망, 그리고 그것이 현실이 되면 일어나는 일을 통해 오래 살고, 젊어지는 것이 오히려 고통이 될 수도 있음을 일깨워 준다. 유한하기에 오히려 무한한 가치를 가질 수 있는 삶이 오히려 축복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SF 작가 올슨 스캇 카드의 한 단편 소설에서는 이런 얘기가 나온다. 인간만이 우주 모든 생명체 중에 유일하게 죽는 종이다. 당연하게도 인간은 다른 외계 종족들의 영원한 삶을 동경한다. 하지만 외계 종족들은 오히려 인간을 부러워한다. 우주에서 유일하게 죽을 수 있는 존재인 인간만이 유한한 시간 동안 가질 수 있는 소중한 가치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이야기다.

<시간을 멈추는 법>에서 주인공은 항상 과거에 사로잡혀 고통에 시달린다. 이렇게 과거의 고통을 기억하며 일어나는 소위 ‘기억통’이라는 증상으로 몇 백 년을 고생한다. 거기에 더해 항상 남의 눈을 피해 신경을 곤두세우며 살아야 할 미래가 불안하다.

소설 속에서 작가는 몽테뉴의 말을 통해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고통받을까 봐 두려워하는 사람은 이미 그 두려움으로 고통받고 있다
-몽테뉴 ”

과거의 기억을 통한 고통, 미래를 미리 끌어와서 겪는 고통을 다스리고 온전히 현재에 머물며 충실하게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소설의 마지막은 과거의 고통과 미래의 불안에 휩싸이지 않기로 작정한 주인공의 다짐으로 끝난다. 

“이제 분명해졌다. 현재는 매 순간 속에서 영원히 이어진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아직 살아야 할 현재가 많이 남아 있다.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얼마든지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시간의 지배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면 비로소 시간을 멈출 수 있다는 것을. 더 이상 나는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을 것이다. 미래를 두려워하지도 않을 거고. 왜? 내가 바로 미래니까.”


오랜만에 정말 재미있게 읽으며 많은 생각과 여운을 남긴 소설이다.

PS. 영상으로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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