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낳지 마세요?!

최근에 ‘제발 애 낳지 마세요’라는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이 영상의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습니다.

부모 세대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지 못했고
충분한 정보가 부족했다.
그래서 애를 낳아 키우며 사는 것만이
유일한 행복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지금 젊은 세대는 너무 똑똑하다.
개인의 행복이 우선이라는 진실을 알기 때문에
그 행복을 희생하며 아이를 낳아 키우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부모와 국가는 우리를 속이고 있다.
부모와 국가가 여러분을 책임지지 않는다.
그러니 거기에 속지 마라.
이런 요지가 하나의 큰 줄기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아이를 낳는 일은 너무 큰 희생이 따른다.
특히 여성의 사회적 커리어는 출산과 동시에 끝이다.
몸도 망가진다.
출산과 육아는 건강을 심각하게 헤치는 일이다.
그러니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결정하라는 취지로 영상은 마무리됩니다.

두 아이를 키우는 40대 아빠의 입장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상이었습니다.
저도 아이를 낳기 전에 했던 고민이었으니까요.
일단 영상을 보고 난 느낌은 ‘여러 모로 맞는 말이다’
‘동의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제 와이프도 맞는 말이라고 수긍했죠.

실제로 여러 연구 결과들도 자녀가 있으면
행복도가 오히려 낮아진다고 합니다.
이 그래프를 봐도 자녀가 태어나면 부부의 만족도가
급격히 낮아지고 사춘기쯤 바닥을 쳤다가
자녀가 독립하면 행복도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갑니다.
이 영상이 대체적으로 맞는 말이라는 것이죠.
특히 애를 낳는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말에도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엔 이 영상이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좋은 인생을 말할 때, 행복이 유일한 판단의 기준이 아니라는 점이죠.
행복이 유일한 기준이 되면 ‘내가 행복한가? 아닌가?’로만
모든 것을 판단하게 됩니다.
그러면 힘들더라도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것들을 외면하기 쉽습니다.

이전 영상에서도 언급했듯이 행복도 중요하지만
삶에서 의미를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학교에서 공부하고, 직장에서 일할 때를 생각해 보세요.
당장의 행복만 생각한다면 공부하고 일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미래에 더 큰 가치로 돌아올 것을 알기 때문에,
지금 하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 알기 때문에,
지금을 희생하고 묵묵히 공부하고 일하는 것이죠.

모든 일에는 명암이 공존합니다.
인생은 희로애락이죠.
기쁘고 즐거운 일만 가득한 것이 아닙니다.
고통과 슬픔도 껴안을 줄 알아야
기쁨과 즐거움도 느낄 수 있는 것이죠.

출산과 육아도 마찬가집니다.
지금 당장 희생하고 감수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죠.
이전 영상에서 언급했듯이 ‘유대감’이 우리 인생의 첫째 의미입니다.
사람 간의 관계가 우리 삶에 큰 의미를 준다는 것이죠.
그 유대감 중에서도 가족 간의 유대감이 가장 강력합니다.

사람들이 자살을 하는 이유는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을 때라고 하죠.
통계를 보면 미혼자가 기혼자보다 대체로 자살률이 높았고,
자녀 없는 부부가 자녀 있는 부부보다 자살률이 높았다고 합니다.
가족, 바로 유대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주는 결과죠.

저도 이런 유대감의 중요성, 가족의 의미를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새롭게 배우고 깨달았습니다.
저도 사실 결혼 전에는 내 한 몸 편하고
즐겁게 살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보니 나 자신보다
내 아내, 아이를 먼저 생각하는 법을 배우게 됐습니다.
이기적인 한 젊은이가 타인을 먼저 생각할 줄 알고
배려할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한 것이죠.

이렇게 많은 부모들이 타인을 위해 희생하고 베푸는 것의
가치를 알기 때문에 자녀를 낳고 기르는 겁니다.
희생과 베풂의 가치를 모두가 외면한다면 인류가 존속할 수 있을까요?
부모세대는 어리석은 게 아니죠.
더 지혜로운 겁니다.
지금 당장은 행복도가 낮더라도 아이를 키우면서
더 깊은 차원의 심오한 행복을 맛볼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하버드대 심리학과의 댄 길버트 교수는
‘육아의 기쁨은 9회 말 역전 홈런과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8회까지 지고 있는 경기처럼,
육아는 대체로 힘든 일이지만 종종 느껴지는 기쁨이
그만한 의미와 가치가 있다는 뜻이죠.

물론 요즘 시대가 아이 낳기 어려운 시대인 건 맞습니다.
여성들에게는 더더욱 불합리하게 느껴지겠죠.
제도적인 개선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출산과 육아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하는 것이죠.

이런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아이를 낳든 낳지 않든
자신의 가치관, 경제적 여건, 건강, 요즘 흔한 불임/난임 문제 등등
다양한 측면에서 충분히 고려하고 결정했다면
모든 삶의 방식을 존중해야 합니다.
하지만 출산과 육아는 어리석음의 결과라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이런 주장을 자신의 부모님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요?
지금도 여전히 아이를 낳고 기르는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그 어리석음이 없었다면 예수도, 부처도, 공자도 없습니다.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도 없었겠죠.
물론 여러분도 태어나지 못했을 겁니다.

과연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을 어리석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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