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육식보다 우월한 이유

채식, 육식보다 우월하다

 한 때 채식에 관심이 있어서 관련 책도 읽어보고 실제로 시도해 볼까 했었다. 베지테리언이 되겠노라며 채식 뷔페를 찾아보고 현미 채식 밥상을 차려볼까도 했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며 채식을 한다는 건 그리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게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가 우연히 이렇게 좋은 넷플릭스 콘텐츠로 채식을 다시 만나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개 화면에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보이고 ‘게임 체인저(The Game Changers)’라는 제목 때문에 흔한 액션 영화로 착각했는데, 의외로 ‘채식’에 관한 내용이다. 게다가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은 무려 아놀드 슈워제네거(실제 출연도 한다), 제임스 카메론, 성룡 등등 쟁쟁한 인물 들이라 더 흥미가 생겼다.

 다큐는 UFC 선수인 제임스 윌크스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된다. 제임스는 훈련 중 심한 부상으로 쉬면서 더 빨리 회복하고 더 강해 지기 위한 식이요법을 공부하며, 자연스레 채식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다. 채식을 하는 세계 최고의 운동선수들과 채식에 대한 오해, 채식에 대한 확신에 찬 증언들, 다양하고 명확한 연구 결과들, 채식 이후에 더 건강해진 사람들과 각종 건강 관련 수치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이 다큐를 다 보고 나니 당장 채식을 하고 싶어 진다.

1. 채식에 대한 오해

 채식을 하면 아무래도 단백질이 부족하니, 여리여리하고 다소 마른 몸매의 소유자들이 대부분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다큐에 등장하는 채식인 스포츠맨들의 몸매는 여느 선수들과 비교해 봐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았다. 물론 스포츠 종류에 따라 다르긴 했지만 채식하는 보디빌더, 격투기, 미식축구 선수들은 충분히 우람한 근육질이었다.

 채식을 하면 필수 영양소가 조금은 모자라지 않을까, 라는 우려도 있다. 특히 단백질은 고기를 통해 섭취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흔히들 생각할 듯싶다. 하지만 오히려 채식이 단백질 섭취에 더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를 보여준다.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할 뿐 아니라, 몸이 필요로 하는 단백질보다 무려 70%를 더 섭취한다. 육식을 하는 사람들조차도 50% 이상은 식물성 단백질을 통해 얻는다. 사실 동물들도 식물을 먹고 단백질을 만드는 것이다. 결국 소나 돼지도 단백질의 중개자일 뿐이다. 식물성 단백질을 통해 고순도, 고품질의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아무리 그래도 운동선수들의 기량을 최고조로 올리려면 질 좋은 고기를 제대로 먹어야 하지 않을까? 운동선수들이 풀떼기만 먹고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을 한방에 날려준 건 UFC의 한 경기 장면이다. UFC 최강자인 코너 맥그리거와 네이트 디아즈의 경기였다.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네이트 디아즈의 우승 확률은 20%에 불과했다. 맥그리거는 경기전 인터뷰에서 채식을 하는 네이트를 비아냥대며 말한다.

“이 남자, 어디 한번 봅시다. 난 (육식을 하는) 사자 같은 사람인데, 제대로 싸울 수 있겠어요? 링 밖에서 당신 가젤 친구들은 당신이 산채로 잡아먹히는 걸 보게 될 거야!”

 하지만 결과는 네이트의 완승. 경기 후 인터뷰에서 네이트가 일갈한다.

“난 놀랍지도 않다, 개자식들아!”

 ‘힘을 쓰려면 고기를 먹어야지’, ‘풀떼기만 먹으니 비실비실 하지’라는 고정관념에 통렬한 플라잉 니킥을 날리는 장면이었다.

2. 육식 vs 채식

 육식과 채식의 차이를 보다 분명히 확인하기 위해 한 가지 실험이 이뤄진다. 고기가 들어간 부리토를 먹었을 때와 야채만 들어간 부리토를 먹고 난 후 각각 혈액을 채취해서 비교하는 실험이다.

 위쪽의 약간 누런 액체가 혈장인데 색이 투명할수록 지방이 적다는 뜻이다. 왼쪽 혈액이 훨씬 투명해 보이는 걸 봐선 채식을 한 후에는 혈액의 지방 함량이 확연히 줄어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방이 적으면 혈관 내피가 원활하게 작동해서 혈류가 잘 조절된다. 즉, 채식이 혈액 순환에 더 좋다는 뜻이다. 반면, 육식을 하면 혈액 내 불순물이 증가하고 혈류가 이동하는 통로가 좁아진다. 육식 직후 2시간 안에 동맥이 평소보다 40% 수축된다고 한다. 이런 실험 결과를 볼 때, 채식을 하면 혈압을 낮추는데도 도움이 된다.

 이 외에도 아래와 같이 채식과 육식의 차이를 실감 나게 보여주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 햄버거 하나만 먹어도 체내 염증 수치가 70% 증가한다. 염증은 동맥의 혈류를 감소시키고, 혈류가 감소하면 근육과 관절의 통증을 증가시키고 회복을 더디게 한다.  
  • 식물성 단백질에는 항산화물질, 파이토케미컬, 미네랄, 비타민 등이 함께 들어 있고, 이 물질들이 체내 염증을 줄여주며 혈액공급과 신체 기능을 최적화해준다.   
  • 동물성 단백질은 항산화물질이 부족할 뿐 아니라, 수은, 살충제 등이 더 많이 함유되어 있다.  
  • 채식으로 전환하면 3주 만에 체내 염증 수치를 29% 줄일 수 있다.  
  • 붉은 고기만 문제가 아니다. 가금류, 유제품, 어류를 포함한 모든 동물성 단백질이 체내에 염증을 일으킨다. (생선이나 닭고기가 소고기, 돼지고기보다는 건강한 식단으로 생각했는데, 이런 고정관념도 여지없이 깨진다)   
  • 식물성 단백질만 섭취한 사람은 심질환 위험이 55% 낮다. 심질환을 개선하기 위한 유일한 식단은 단연코 채식이다.  
  • 육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암으로 사망할 확률은 채식인에 비해 500~600% 높다.  
  • 유제품이 전립선암에 걸릴 확률을 40% 높인다.

 

3. 인간은 채식에 어울리는 몸을 가졌다

 고고학 연구를 통해 발견된 초기 인류의 도구들 중에는 뼈나 돌로 만든 칼, 도끼, 창 같은 동물을 잡을 때 쓸만한 것들이 많다. 이 고고학 발견들이 ‘초기 인류는 육식의 비중이 높았다’는 편견을 강화시켰다. 하지만 뼈나 돌 같은 단단한 물질이 오랜 시간 시간의 풍화를 견디고 발견되었을 뿐이다. 최근 현대 연구 기술의 발달로 미세 식물 화석, 뼈, 치아, 등에 대한 더욱 세밀한 조사가 가능해지면서 고대의 식단은 채식이었음이 밝혀지고 있다.

 인간의 몸을 자세히 살펴봐도 인간은 육식이 어울리지 않는다. 육식에 특화된 유전자도 없고, 해부학적, 생리적 적응 능력도 없다.

 위 그림을 보면 인간은 육식동물에 비해 장의 길이가 훨씬 길다. 장의 길이가 길다는 것은 식물의 섬유질을 잘 소화할 수 있는 초식동물의 몸을 가졌다는 뜻이다.

 또한 우리 몸은 비타민 C를 만들어낼 수 없다. 즉, 식물을 통해 섭취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우리 눈이 여러 색깔을 구분할 수 있도록 진화해 온 것 또한 잘 익은 열매를 알아보기 위해 우리 몸이 적응한 결과다. 인간의 치아도 우리가 초식동물에 가깝다는 점을 보여준다. 육식 동물은 고기를 잘 찢을 수 있는 칼날처럼 생겼지만, 우리 이빨은 섬유질을 으깨고 빻을 수 있게 뭉툭한 모양으로 생겼다.

 우리는 고기를 먹는데 적합한 몸을 갖고 있지 않다. 인류의 주식은 채식이었다.

4. 왜 육식을 하는가

 육식이 몸에 해롭고 우리 몸도 육식에 어울리지 않는데, 우리는 왜 육식을 계속하고 있을까? 다큐에서 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축산업자들과 맥도날드, 버거킹, KFC 같은 패스트푸드 업체들의  교묘한 마케팅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은 ‘힘을 내려면 고기를 먹어야 한다’, ‘사나운 육식 동물처럼 먹어야 우리도 강해진다’, 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약삭빠르게 우리 의식 속으로 침투시킨다.

 마케팅이나 광고뿐만이 아니다. 육식이 건강에 해롭지 않으며 오히려 몸에 좋다는 연구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각종 연구에 뒷돈을 댄다. 마치 과학적으로도 전혀 문제없다는 듯이 포장하기 위한 수법이다.

 육식을 장려하면 축산업자만 돈을 버는 게 아니다. 육식 관련 식음료 사업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관련 약을 파는 제약산업에도 좋은 일이다. 엄청난 수의 소, 돼지, 닭들이 먹어치우는 사료 관련 업체들도 육식의 든든한 후원자다. 이들은 유명 운동선수, 연예인, 의사, 영양사, 트레이너 등에 막대한 로비를 펼친다.

 우리는 이들이 펼치는 이런 엄청난 양의 마케팅과 광고 공세에 쉽게 길들여지고, 유명한 과학자나 스포츠 선수들, 연예인들의 증언에 쉽게 속아 넘어간다.

5. 정답은 채식이다

 인간이 살이 찌기 시작한 이래로 별의별 다이어트가 존재해 왔고, 지금도 유행하는 다이어트와 건강 식단을 따라가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 딱한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이렇게 저마다 좋다고 목소리 높이며 과학적 근거가 확실하다는 다이어트와 건강한 식단들의 면면은 제각각이지만, 대부분의 다이어트와 식단에 공통분모가 하나 있다. 바로 채식 위주라는 점이다. 고지방 다이어트든, 저지방 식단이든, 저탄수화물 요법이든 거의 빠짐없이 식물성 음식이 주가 돼야 한다는 한 가지는 일치한다.

 단백질이든 지방이든 흔히들 고기에서 얻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이제 깨 부술 때가 됐다. 식물성 단백질은 동물성 단백질에 부족한 섬유질, 항상화물질, 피토케미컬 등이 풍부한 고품질 단백질이다. 식물을 통해 더 순수하고 효능이 우수한 단백질을 얻을 수 있는데 굳이 고기를 먹으며 몸에 부담을 줄 필요가 있을까.


 채식이 몸을 더 건강하게 하고, 각종 만성 질환과 암에 걸릴 위험을 줄여주며, 수명을 늘려준다는 사실이 더 명확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당장 지금부터 바로 채식을 해야 할까? 물론 그러면 좋겠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그래도 너무 걱정말자. 채식의 유형에도 여러 가지가 있으니 말이다.

출처: 서울신문

 자신에게 맞는 유형을 먼저 시도해 보는 것이 좋겠다. 일단 채식을 기본으로 하되, 때로 육식도 허용하는 유연한 방식의 채식인 플렉시태리언으로 시작해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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