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세이건의 우주, 코스모스

“과학이 오히려 종교보다 더 영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최초의 책이다!”    



시인의 가슴을 가진 과학자 

칼 세이건은 이 책을 통해 우주의 광대한 역사, 그 우주 속의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 인간의 역사와 미래의 전망까지 아름다운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아름다운 필치’라는 표현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1997년 개봉한 영화 “콘택트”의 원작소설을 쓴 이가 바로 칼 세이건이다. 영화화 될 만한 소설을 쓸 정도로 대단한 필력의 소유자인 것이다. 그뿐 아니라 1978년에 나온 책 “에덴의 용”은 퓰리처상까지 수상했다. 그는 훌륭한 지식을 가진 과학자였을 뿐 아니라, 아름다운 글을 쓰는 문학가이기도 했다.  

실제로 책 중간에는 불을 발견할 당시의 한 인간을 주인공으로 한 단편소설이 들어있기도 하다.

통섭의 진수

요즘은 학문간 교류가 빈번하지만 칼 세이건이 활동하던 당시만 하더라도 자기 전공 이외의 학문을 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 코스모스에서는 그의 전공인 천체물리학 뿐 아니라 생화학, 진화론, 뇌과학, 역사학, 종교학, 인류학 등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학문을 넘나들며 통섭의 진수를 보여준다.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학문에서 이토록 깊은 지식과 통찰을 가질 수 있는지 놀랍기만 하다. 통섭의 본보기로 삼을 만 하다.
 

우주의 역사를 노래한 장대한 서사시

책의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한다.  

“코스모스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있을 그 모든 것이다.”

공간적 의미의 스페이스가 아닌 코스모스를 제목으로 한데는 깊은 뜻이 있었다. 칼 세이건은 단순히 우주라는 공간에 대한 얘기가 아닌, 우주가 품고 있는 작은 별인 지구와 그 위에 살고 있는 나약한 존재인 인류의 기원과 역사까지도 아우르고 싶었던 것이다.

책 중간 중간에 현자들의 훌륭한 문장들도 세심하게 배치되어 있다. 아래는 토머스 헉슬리의 진화론에 관한 의견이다.

“(진화론은) 그동안 인류의 사상계를 지배해 오던 그 어떤 법칙들보다 삼라만상의 우주적 질서를 더 잘 표현할 뿐 아니라 그 질서의 의미를 우리에게 더욱더 그럴듯하게 설명해 준다.”

‘생명의 기원과 진화는 시간만 충분히 주어진다면 하나의 우주적 필연’이라는 칼 세이건의 주장과 잘 어울린다.

특히 흥미로운 대목은 지금도 천문학계의 핫이슈인 평행우주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 점이다. 

“우주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계층구조를 이루고 있다… 소립자들 하나하나도 역시 또 하나의 우주이다. 이 계층 구조는 한없이 아래로 내려간다…위로도 끊임없이 연결된다…이러한 계층구조는 무한히 계속된다.”

칼 세이건도 평행우주의 지지자였다고 하니, 평행우주를 믿을 만한 강력한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그는 책 여기저기에서 코스모스에 대한 동경 뿐 아니라, 절절한 인류애를 드러내기도 한다.

“우리는 희귀종인 동시에 멸종 위기종이다. 우주적 시각에서 볼 때 우리 하나하나는 모두 귀중하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나와 다른 생각을 주장한다고 해서 그를 죽인다거나 미워해서야 되겠는가?”

인간 한명 한명도 우주만큼이나 소중한 존재라는 인식을 견지하기 때문에 과학책이지만 딱딱하지 않고 따뜻함이 느껴진다.

고전을 넘어서는 고전

코스모스는 우리 시대의 고전으로서 수천년의 역사를 지닌 다른 고전과 비교해도 손색없다. 나에게는 오히려 전통적인 고전보다 더 깊은 울림을 느끼게 해주었고, 우주와 인간에 대한 더욱 폭넓은 이해와 통찰을 선사해 준 고마운 책이다. 어릴 적 주어졌던 종교적 세계관에 갇혀있던 어두웠던 눈이 과학을 통해 합리적으로 인간과 세상을 보는 눈으로 밝아진 것이다.

또 달리 말하자면, 코스모스는 지금껏 종교를 통해서도 경험하지 못한 깨달음의 환희를 느끼게 해주었다. 서두에도 썼지만 ‘영적’이라는 것이 마음을 넘어서는 깊은 그 무엇이라 했을 때, 나에겐 이 책을 통한 깨달음이 바로 그런 영적인 의미로 다가왔다.  

누구나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하는 오랜 질문에 대한 인류 역사상 가장 명확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PS. 다큐 코스모스

‘코스모스’라는 다큐가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에서 제작되었다. 34년 전 책 발간과 거의 동시에 방영되었던 동명의 다큐가 리메이크된 것이다. 진행자 칼 세이건의 빈자리를 닐 타이슨(17살에 칼 세이건과의 만남이 그를 천문학의 길로 이끌었다고 한다)이 대신했고 각본은 원작을 썼던 칼 세이건의 부인 앤 드루얀과 역시 원작에 참여했던 스티븐 소터가 함께 맡았다고 한다. 원작의 감동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화면은 더욱 세련된 그래픽으로 채워져, ‘다큐 코스모스’를 더 쾌적하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오바마 대통령까지 홍보 영상에 직접 출연하고, 제작비도 다큐로는 이례적인 450억원이 투입된 초고퀄 다큐다.  

책이 어렵게 느껴지는 분들은 다큐 코스모스를 통해서도 우주적인 감동을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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