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호모 데우스>로 유명한 유발 하라리 교수가 이번 코로나 사태 이후의 세계를 예측하는 기고문을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에 올렸습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어쩌면 우리 세대가 겪는 가장 큰 위기일 수 있고, 지금 우리가 결정하는 일들이 앞으로 인류의 삶을 크게 바꿀 수 있다고 말합니다.
지금 이 폭풍은 결국 잠잠해 질 것이지만, 이 폭풍이 지나간 후에 어떤 세계에 살 것인지 우리 스스로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는 겁니다.
밀착 감시 사회
모든 사람을 24시간 밀착 감시하는 사회가 더 빨리 도래할 수도 있습니다.
50년 전, 악명높은 소련의 KGB도 당시 2억4천만에 이르는 모든 인구를 감시할 수 없었습니다.
그 많은 사람을 다 감시할 만한 인력과 장비가 없었죠.
하지만 이제 정보부 요원이 아니더라도 24시간 작동하는 기계가 모든 사람을 추척할 수 있습니다.
거리 곳곳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 스마트폰, 신용카드 이용 내역 그리고 이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알고리즘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죠.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이런 상황을 익숙하게 봐왔습니다.
초기 확진자들의 동선을 정확한 장소와 시간대까지 파악할 수 있었죠.
당사자가 말하지 않더라도 말이죠.
그런데 이번 코로나 사태 이후에 개인에 대한 감시의 범위와 강도가 더 강력해 질 수 있다는 겁니다.
모든 국민이 24시간 체온과 심박수를 체크하는 전자팔찌를 착용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모든 데이터는 정부의 알고리즘으로 수집되고 분석되죠.
알고리즘은 본인이 알아차리기 전에 그 사람이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사람이 어디에 있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도 알게 됩니다.
그만큼 감염 경로를 빠르게 차단할 수도 있죠.
이런 시스템은 아주 빠른 시간 내에 전염병을 멈출 수 있게 됩니다.
코로나 같은 무서운 전염병을 막는 데는 좋지만, 내 민감한 개인 정보를 누군가가 낱낱히 볼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렇게 기분 좋은 일이 아닌 것 만은 분명합니다.
평소같으면 당연히 이런 감시 시스템이 합법화 되기는 힘들겠죠.
하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이런 시스템이 합법화될 확률이 높아진겁니다.
기업과 정부가 우리의 생체 정보를 일괄적으로 수집한다고 생각해 보죠.
우리를 감시하는 사람들이 우리 자신보다 우리를 훨씬 더 잘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감정을 예측하는 정도를 넘어서 우리의 감정을 조작하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할 수도 있는 것이죠.
유발 하라리는 이런 황당하지만 무서운 상상도 합니다.
“모든 시민이 24시간 생체 인식 팔찌를 착용해야 하는 2030년의 북한을 상상해 보자. 만약 당신이 위대한 지도자의 연설을 듣고 있는데 팔찌가 당신이 분노하고 있다는 징후를 포착한다면, 당신은 끝장이다.”
빅브라더가 온다
물론 이런 상상이나 우려가 너무 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비상상황이니 이런 감시 시스템을 용인할 수 있지만, 평상시로 돌아가면 다시 제자리로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유발 하라리는 자신의 고국 이스라엘의 사례를 들려줍니다.
1948년에 독립전쟁 기간동안 이스라엘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합니다.
언론 검열, 토지 몰수, 심지어는 푸딩을 만드는 특별 규정까지 ‘임시조치’라는 이름으로 시행합니다.
독립전쟁은 오래 전에 끝났지만 이스라엘은 비상사태 중단을 선언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합니다.
2011년까지 무려 60년이 넘는 기간동안 당시의 ‘임시 조치’ 중 많은 항목이 그대로 유지되죠.
유발 하라리는 이런 행태를 각국의 정부가 그대로 따라갈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안전한 수준으로 내려가더라도 각국 정부는 감시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할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가 재확산 되거나 신종 바이러스가 언제든 생길 우려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말이죠.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사람들에게 선택을 강요할 수 있습니다.
사생활이냐 건강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말이죠.
그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생활을 포기하더라도 건강을 선택하지 않을까요?
사생활이냐? 건강이냐?
우리는 건강을 대가로 프라이버시를 포기할 수 밖에 없을까요?
아니죠. 질문 자체가 잘못 된겁니다.
사생활과 건강,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둘 다 누릴 수 있다는 것이죠.
유발 하라리는 이번 사태를 (아직까지는) 비교적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한국, 대만, 싱가포르를 예로 듭니다.
이 나라들을 보면 강압적인 감시와 처벌이 해답이 아니었죠.
광범위한 테스트와 투명한 자료 공개, 지혜롭고 헌신적인 사람들의 협력이 답이었다는 겁니다.
여기서 힌트를 얻어야 하는 것이죠.
전체주의적인 강력한 감시 체제 보다는 투명한 정보 공유, 그 정보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와 협력이 더 중요합니다.
유발 하라리는 한 발 더 나아갑니다.
감시 시스템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죠.
오히려 이런 시스템의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 되면, 정부가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믿을만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시스템이 개인을 감시하는데 쓰일 수 있지만, 역으로 국민이 정부를 감시하는데 쓰일 수 있다는 것이죠.
이런 감시 통제 시스템이 점점 발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건강을 지키는 대신 자유를 잃고 말 것인지.
건강과 자유를 동시에 지키는 도구로 지혜롭게 사용할 것이지 말이죠.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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