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냐 매수냐 중립이냐
지금은 많이 회복 했지만, 지난주 초 미국-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우리나라 증시의 하락폭이 꽤나 깊었다. 코스닥의 경우, 주초 3일 동안 무려 4% 이상 빠졌으니, 개별 종목으로는 5% 넘게 빠진 종목도 수두룩 하다. 투자자들에게는 실로 공포의 일주일이었다. 각종 주식 커뮤니티와 카페에서는 두려움에 휩싸인 개미들의 소리 없는 비명과 아우성이 터져 나온다.
이런 폭락장에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대가들의 대답을 들어보자.
공포에 지지 마라
폭락장은 공포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과도한 반응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인간의 뇌는 수백만 년 동안 진화를 거듭해왔다. 그러나 주식시장에서 벌어지는 예상 밖의 변화에 대처하는 방면으로는 제대로 진화를 하지 않았다. 사자가 으르렁거릴 때 우리의 뇌는 우리에게 빨리 도망치라고 말을 한다. 우리는 따져보지도 않고 무조건 도망친다. 주가가 폭락할 때 우리를 엄습하는 공포는 사자가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들을 때 드는 공포와 비슷하다. 이때 우리가 보이는 본능적인 반응은 주가가 떨어진 주식을 팔아치우는 것이다
– 모시니 파브라이 <단도투자>
이런 과민한 반응은 개미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펀드매니저들을 포함한 소위 전문가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른바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나는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내가 고용했던 주식 분석가, 내 펀드에 투자했던 기관투자가와 마케팅 대행 전문가들이 시장 붕괴의 압박감을 못 견디고 주식을 사야 할 바로 그 시점에 주식을 팔아버렸다. 사람들은 흔히 잘난 체하면서 ‘군중의 광기’를 논하지만, 금융 전문가들의 광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내 경험을 돌아보면 전문가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 가이 스파이어 <워런 버핏과의 점심식사>
오히려 기회다
폭락을 오히려 기회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무리를 지어 움직이는 이런 심리가 주식시장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 이렇게 야기된 과도한 대응으로 인해 훌륭한 주식마저 형편없는 수준까지 주가가 폭락하기 때문이다. 이런 기회가 없다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시장에서 돈을 벌기가 훨씬 더 힘들 것이다.
– 랄프 웬저 <작지만 강한 기업에 투자하라>
경기 불황과 주가 폭락이 투자 기회다. 옥석이 마구잡이로 팔리고 있을 때 옥에 해당되는 기업을 사서 느긋하게 결실의 때를 기다려야 한다.
– 신진오 <전략적 가치투자>
식료품 가격이 내려가면 소비자가 이득을 보듯이, 주식시장이 내려가면 결국 버크셔의 장기 주주들이 이득을 보게 됩니다. 따라서 주식시장이 폭락한다면, 이는 두려워하거나 슬퍼할 일이 아닙니다. 버크셔 주주들에게는 좋은 소식입니다.
…
장래에 주식을 계속 사들이려 한다면, 주가가 상승하면 손해입니다. 오히려 주가가 폭락해야 유리합니다.– 워런 버핏 <워런 버핏의 주주서한>
확실하게 할인된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가 두 가지 있다.
‘모든 사람이 주가 폭락으로 공포심에 떨 때’
‘기업 가치가 우수한 주식을 투자자들이 외면할 때’– 존 리 <왜 주식인가>
실제로 20여 년 전 IMF, 2001년 9.11 테러, 2008년 금융위기 같은 폭락장에서 과감하게 매수 포지션을 잡은 극소수의 투자자들이 여전히 레전드로 불리고 있다. 주식농부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박영옥은 9.11 테러의 단기 폭락시 적극적인 매수를 계기로 전설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가만히 있는 것이 낫다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것이 더 낫다. 가만히 있는 것이 공포에 휩싸여 매도하거나 섣불리 매수에 나서는 것보다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다. 특히 현금이 충분치 않다면 더욱 그렇다.
보유 주식의 가격이 50% 이하로 폭락하더라도 덤덤하게 있을 자신이 없다면 아예 주식시장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라.
– 워런 버핏
(투자에) 성공하려면 수면제를 먹고 푹 잠이 들어 몇 년 동안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듣거나 보지 말아야 한다.
– 앙드레 코스톨라니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주식투자에서는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가만있는 편이 거의 예외 없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 된다
– 가이 스파이어 <워런 버핏과의 점심식사>
대가들의 조언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공포에 휩싸이지 말고, 과감히 추가 매수에 나서거나 차라리 반응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다. 여기서 중요한 건 ‘매도는 선택지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개미들이 이런 조언과 반대로 행동한다. 공포에 사로잡혀 그나마 수익을 내고 있던 주식을 성급히 팔아 현금화하고, 손실 중인 주식만 남겨 혹시 모를 반등을 기대한다. 피터 린치는 이런 행동을 ‘꽃을 뽑아내고 잡초에 물을 주는 것’에 비유한다.
스스로 돌아보자. 나는 폭락의 공포에 사로잡혀 꽃을 뽑아내고 잡초만 남기는 투자자는 아닌가? 대중의 광기에 휩쓸리지 않고 의연하게 맞서는 패기 넘치는 투자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