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잡역부가 88억을 유산으로 남긴 비결

투자자의 마음가짐
Feat. 돈의 심리학(인플루엔셜 출판)

몇 년 전에 한 미국인 로널드 리드라는 사람이 세상을 떠난 소식이 크게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원래 유명한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이 사람의 직업은 25년간 주유소에서 자동차 정비공, 17년간 백화점 청소를 한 평범한 노동자였습니다. 유명인도 아닌데 이 사람의 부고가 왜 화제가 됐을까요? 유산으로 무려 800만 달러를 남겼기 때문이죠. 우리돈 88억이 넘는 큰 돈입니다. 게다가 60억이 넘는 돈을 지역 병원과 도서관에 기부해서 더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했습니다. 대체 그 큰돈이 다 어디서 난건가 싶었죠. 큰 비밀은 없었습니다. 로널드 리드는 자신이 번 얼마 안되는 돈을 꾸준히 저축했고 우량주에 수십 년간 투자했을 뿐입니다. 작은 돈이지만 꾸준히 모으고 우량주에 오래 투자한 것이 비결이죠. 꾸준히 저축하고 오래 투자한 것이 핵심입니다. 복리의 엄청난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죠.

이 이야기는 제가 얼마전에 읽은 ‘돈의 심리학’에 나오는 일화입니다. 투자자라면 마땅히 갖춰야할 마음가짐에 대한 책이죠. 투자는 실력보다 마음가짐이 더 중요합니다. 투자자라면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행운 VS 리스크

로널드 리드의 투자 성공 비결중 하나는 과도한 리스크를 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자신이 모르는 분야나 회사에 투자하지 않고 많이 들어서 알고 있는 우량한 회사에만 투자했죠. 자신이 즐겨 먹던 잼을 만드는 회사 스머커(Smucker) 약만드는 회사 존슨앤존슨, 일상용품을 만드는 P&G, 같은 누구나 아는 우량하고 배당금을 잘 주는 회사들입니다. 리스크가 낮은 투자였기 때문에 오래 투자하면서 복리 수익이 안정적으로 불어날 수 있었죠.

현명한 투자자로 유명한 투자의 구루 벤저민 그레이엄 들어보셨죠? 그레이엄의 수익중 가장 큰 부분은 보험회사 가이코 덕입니다. 그런데 사실 가이코 투자는 그레이엄의 안전마진을 중시하는
투자원칙에 어울리지 않는 과감한 투자였습니다. 리스크가 큰 투자였다는 말이죠. 그레이엄은 그 스스로도 이 투자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쩌다 한번 운이 좋았을까, 아니면 대단히 기민한 의사결정이었을까? 우리가 과연 두 가지를 구분할 수 있을까?” 이 투자는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투자였지만 만약 실패했다면 무모한 투자로 평가받았겠죠.

여러분이 주식을 샀는데 1년만에 반토막 났다고 해보죠. 그 주식을 산 것이 애초에 잘못된 의사결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익낼 확률이 90%인 아주 좋은 주식이지만 하필 불운한 10%에 포함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90%의 행운보다 10%의 리스크가 작용한 것이죠.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성공적인 투자자로 평가받는 사람들, 그들을 바라보는 관점도 재점검 해봐야 합니다. 그 사람이 그렇게 성공한 것이 과연 순전히 투자 실력일까? 혹시 억세게 운이 좋았던건 아닐까, 하고 말이죠.

이렇게 행운과 리스크는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행운 뒤에 숨겨진 리스크를 항상 생각하며 투자해야 합니다. 리스크로 무너질 가능성을 항상 생각해야 하죠. 리스크를 과소평가하면 안됩니다.

저자는 워런 버핏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워런 버핏의 성공 투자를 흉내 내기 어려운 이유는, 결과가 그토록 극단적이면 그의 한평생 성과에 행운이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이 훌륭한 투자자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여러 행운도 있었죠.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대학에서는 벤저민 그레이엄이라는 훌륭한 스승을 만납니다. 미국의 고도성장기에 투자할 수 있는 행운까지 주어집니다. 이렇게 행운이 겹쳐져서 역사상 최고의 투자자가 된 측면도 있습니다.

부자 되기 보다 부자로 남기

이미 크게 성공한 사람들이 무리한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하고 뇌물 사건이나 비리에 연루되는 사건이 심심찮게 일어납니다. 굳이 그렇게 무리한 사업을 벌이거나 부정한 일에 손대지 않아도 문제없이 잘 살 수 있는데 왜 이렇게 무모한 욕심을 부릴까요? ‘충분함’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죠. 계속 더 가지려고 합니다. 나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과 비교하며 자꾸 더 가지려 하죠. 계속해서 더 많은 리스크를 집니다. 결국 그 리스크에 잡아 먹히는 것이죠. 이렇게 멈추지 못하고 폭주하다가 결국 추락하는 부자들이 많습니다.

부자되기보다 부자로 남는 것이 더 어려운 이유죠. 부자로 남으려면 이제 충분히 가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멈출 줄 알아야 합니다. 리스크를 줄일 줄 알아야 하죠. 과도한 리스크를 감수했다가 파산하면 복리의 유익을 누릴 수 없습니다. 아무리 큰 이익, 좋은 기회도 전멸을 감수할 가치는 없죠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부자가 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부자로 남는 것이다. 바로 살아남는 일이다.

워런 버핏이 항상 최고의 수익을 올리는 투자자는 아닙니다. 그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리는 투자자들이 많죠. 워런 버핏이 훌륭한 투자자인 이유는 오래 살아남아서 꾸준한 수익을 내기 때문입니다. 이미 충분함을 알고 과도한 리스크를 지지 않기 때문이죠. 훌륭한 투자는 꼭 최고의 수익률을 올려야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평균적인 수익률을 올리더라도 오래 투자하면 훌륭한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복리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오래 인내하며 살아남아야 합니다.

투자자의 최고 미덕은 겸손

성공해서 돈 좀 벌었다고 소비를 늘리면 안됩니다. 소비가 아니라 겸손을 늘려야 합니다. 겸손하게 저축을 늘려야 하죠. 저자는 저축의 중요성을 이렇게 말합니다.

부란 벌어들인 것을 쓰고 난 후 남은 것이 축적된 것에 불과하다. 소득이 높지 않아도 부를 쌓을 수 있지만, 저축률이 높지 않고서는 부를 쌓을 가능성이 전혀 없다.

소비를 늘릴 것이 아니라 저축을 늘려서 투자금 자체를 늘려야 합니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볼지 신경쓰며 소비를 늘려봐야 사람들은 나를 우러러 보는 것이 아니죠. 그저 그 물건을 바라볼 뿐입니다. 좋은 차에서 내렸을 때, 사람들은 운전자가 아니라 차를 바라볼 뿐이죠.

재무 상태를 성공적으로 유지하는 사람들 중에는 남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눈곱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신경을 덜 쓰면 욕망도 줄어든다. 여러 번 언급했듯 돈은 금융보다 심리와 더 많이 연관되어 있다.

오르는 종목을 맞추겠다는 환상과 자신감도 접어야 합니다. 겸손해야 합니다. 워러 버핏의 승률도 의외로 낮습니다.

2013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워런 버핏이 말하길, 자신은 평생 400곳에서 500곳의 주식을 보유했지만 대부분의 돈을 벌어준 것은 그중 10곳이라고 했다. 찰리 멍거가 이어 이렇게 말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최고 투자 사례 몇몇을 제하면 장기실적은 거의 평균에 가깝습니다.”

겸손하게 현금을 준비해야 합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하죠. 살다보면 갑자기 돈이 필요해지는 상황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저자는 총 자산의 20%를 현금으로 유지한다고 합니다. 현금이 있으면 투자에 실패해도 완전히 망할 위험을 줄여줍니다. 마음에 여유도 생겨서 장기적인 투자에 더 유리해지죠.

버핏은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언제나 충분한 정도 이상의 현금을 가지고 버크셔 해서웨이를 경영하겠다고 맹세해왔습니다. 설사 이윤을 더 낼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저는 단 하루라도 밤잠을 설치는 선택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시장의 변동성을 대할 때도 겸손해야 합니다. 시장이 큰 폭으로 출렁일 때, 특히 주가가 떨어질 때, 이 변동성을 겸손히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합니다.

시장 변동성을 벌금이 아니라 수수료처럼 생각하자. 이렇게 사고하면 투자 결과가 나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작용할 때까지 오랫동안 살아남는 사고방식을 키울 수 있다.

시장수익률은 공짜가 아닙니다. 주가 하락은 당연한 수수료처럼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합니다. 이렇게 겸손하게 변동성을 받아들이면 더 오래 살아남아 수익낼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최고의 투자자들은 미래를 낙관하는 동시에 겸손하면서도 비관적인 관점을 유지합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낙관 없이 투자를 할 순 없다. 그러나 동시에 무엇이 그 미래를 방해할 것인가 끊임없이 걱정하는 양면적 성격이 필요하다.

진정한 경제적 자유란?

경제적 자유가 뭘까요? 30억이면 경제적 자유를 이룬걸까요? 아니면 50억? 100억?

저자는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돈과 회사, 혹은 타인에 얽매이지 않고 독립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찰리 멍거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부자가 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나는 그저 독립성을 갖고 싶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독립성이란 일을 그만둔다는 뜻이 아니다. 원할 때 원하는 동안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뜻이다.

‘블랙스완’의 저자 나심 탈레브는 이렇게 말합니다.

“진정한 성공이란 극심한 경쟁의 쳇바퀴에서 빠져나와 내 활동을 마음의 평화에 맞추는 것이다.”

저자는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한 자신의 투자 전략을 소개하면서 “보유한 주식은 마지막 1주까지 모두 저비용 인덱스펀드” 라고 말합니다. 가장 마음이 편한 투자이기 때문이죠. 워런 버핏도 대부분 투자자에게는 저비용 인덱스 펀드가 최고의 투자라고 했었죠. 저 역시 2015년 부터 2020년까지 5년간 뱅가드의 IT 인덱스인 VGT라는 ETF에 투자해서 150% 넘는 수익을 올린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더 공감이 되네요.

저자는 투자의 최종 목표를 이렇게 말합니다.

목표는 항상 독립성일 것이며, 밤에 깊이 잠들 수 있는 방법을 택할 거라고 확신한다.

마음의 평화와 자유,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투자를 해야 합니다. 과도한 욕심을 버리고 충분함을 아는 겸손, 복리의 유익을 누릴 수 있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투자자가 가져야할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겸손과 인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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